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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훈쓰 Story/ TaeHunism

다시한번 주변인이 되다.

지나온 시간을 정리할 틈도 없었다. 특히나 애매모호한 경계인... 어디도 속하지 않는 주변인의 삶의 시간들이 길어질수록, 내안의 그대는, 뒤죽박죽 엉망진창이다. 그래 요즘들어 나는 이렇게 말하지.

'많이 잊었다고. 그냥 고민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의 정치적 눈높이정도로 다가가고 있다고.'

물론 어떤 사안들이나, 아직도 이사회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싸움들을 곁에서 지켜보지도 않고, 또 사회과학책도 손대지 않은지 1년이 다되가며, 신문과 TV도 잘 보지 않고. 그져 가끔 온게임넷에서 임요환선수 경기나 헤벨레~ 하면서 보고 있으니, 자연스레 '우경화' 되어가는 것은 피할수 없는 길이겠지.

그런데, 아직까지도 집회현장을 담은 사진과 영상들을 보면 몸이 움찔움찔하고 가슴속에 알수없는 감정이 들어찬다. 사실 그래... 나는 애써 잊어간다고, 생각없이 살꺼라고 스스로에게 강요하고 있지만, 사실 어떻게 잊겠는가. 그것을. 내가 스타크래프트는 지금이라도 컴퓨터에서 지울수 있고, 온게임넷 보는 짓이야 당장에라도 때려칠수 있어도, 어찌... '그걸'잊겠는가. 자연스레 잊어가는 것은 스스로가 말로 해서 되는게 아니라, 어떤 생활공간에서 정신없이 살아가다보니, 몸도 마음도... 또 자신이 속하게 되는 사회적 계급과 위치도 변해갈때 어느정도는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변해갈수 있겠지만. 완전히 잊고 無의 상태로 돌아간다는건 어쩌면 불가능한 일 일수도 있겠다. 난 이미 20살 초반의 어느날 매트릭스의 빨간알약을 선택했으니.

아무것도 안하고, 아니 못하고...이렇게 경계인, 주변인 노릇하면서 이렇게 머릿속 마음속으로만 무언가를 정의 내려 보려니 이렇게 뒤죽박죽 죽도밥도 안되는거지. 거봐라... 제대로 했어야지. 2005년을 좀더 열심히 살아냈더라면... 그래 그랬더라면... 어떠한 공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 그렇게 움직이면서 니 스스로를 정의내리고, 또 어떠한 방향으로든 정리해갈수 있었을꺼 아니냐... 한번에 제대로 못하니까, 이렇게 또 뒤죽박죽. 그 어디도 속한 경계인이 되어 2006년을 보내야 하는구나.

결국 다시한번 전선에 서야하고. 다소 소모적인듯 보이는 싸움을 또 해야한다. 이번에는 확실히 해야지. 2006년에는 주변인이었지만, 2007년에는 이 자리에서 벗어날수 있도록. 애써 생각을 정리하려 하거나, 혹은 생각을 북돋으려 하거나 하지말고, 역시나 내가 할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그냥 물흐르는 대로 내몸을 맡기자.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싸움만은, 제대로 해내자. 지겹잖아. 지겨운 고리는 9개월로 끊어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