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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훈쓰 Story/ 일.상.다.반.사.

어제.

어제(6/17,일) 아침, 어머님께서 119구급차로 응급실에 실려가셨다.

심각한 저혈당증세로 인한, Mental Change(의사가 소견서에 이렇게 써놓았기에). 정신을 놓아버리신 어머니를 보면서, 너무 아팠다. 눈물이 흘렀다. 고생하시면서 살아오셨는데, 이제 좀 여유가지시고 살만하신 지금, 이렇게 무너지시는건가... 우리가 사회화의 과정들속에서, 습득하게 되는 '특정 도구'(예를들면 전자렌지)에 대한 사용용도와 정의조차 잊어버리신 듯한 어머니의 모습. 119를 부르기 전까지 1시간여는 계속된 여러가지 상황들. 점점 시간이 지나가고 상황이 악화되고는, 외아들이 내얼굴조차 못알아 보셨다. 급하게 뛰어오신 외할머니도 못알아보시고. 다행히 119분들이, 이것이 심한 저혈당으로, 당이 뇌에 공급되지 못해 일어난 일들이라는 판단으로 머나먼 '아산 중앙병원'으로 가자는 가족들의 주장(어머니께서 다니시는 병원이었기에)을 설득해서, 집근처의 준종합병원으로 가서 응급조치를 받게 하셨기에 위험한 상황은 피할수 있었다. 당뇨환자들의 심한 저혈당증세는 나중에는 쇼크사 까지 일으킬수 있는 위험한 증상이라 한다. 다행히 일요일이라, 아버지도 계시고, 나도 금방 뛰어갈수 있었기에. 천만 다행이었다. 만약 평일이었다면... 아찔하다.

어제 아침에 받은 충격. 아직까지 머릿속이 멍하다. 다행히, 어머니께선 당뇨 저혈당증세로 인한 증상이셔서, 응급실에서, 당을 공급하는 링겔주사등의 몇가지 처치를 받으신후에,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되셨다. 그러나, 너무나도 강렬히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들이었다.

어제 저녁, 와이프와, 길냥이들 밥을 주고,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우리방 침대곁으로 나있는 큰 창문앞에는 베란다라고 하기엔 애매하고, 창가앞에 화분정도를 기를정도, 성인남성한명이 누우면 약간의 공간이 남을만한, 작은 간이베란다(?) 같은 공간이 있다. 그곳에 주로 우리집 냥이들이, 나가서 바깥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쳐다본다거나, 햇볕을 쬐며 일광욕을 즐기곤 한다.

우리집은 3층. 집근처에 왔는데, 우리집 베란다쪽에서 우다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앙팡이가, 무언가에 놀라 창문의 방충망창을 치면서 창가쪽 베란다로 뛰어나와, 무언가에 흥분한채 뛰다가, 창가쪽 베란다의 철제난간쪽으로 점프를 했고, 자신도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순간 몸의 중심을 잃은채, 3층높이에서, 난간너머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어떻게든 바로 땅바닥에 떨어지면 큰일난다는 생각에, 나는 앙팡이를 받아내기위해서  몸을 던졌고, 다행히 앙팡이는 내 양 팔에 먼저 부딪히면서, 자유낙하시 발생하는 충격을,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이 아닌, 내 부드러운 몸에 흡수시키고, 그 이후 내팔에 튕겨, 약 20-30cm정도의 높이에서 떨어진 정도의 충격만 받은채, 바닥에 떨어졌다. 앙팡이는 놀라서, 후다다닥 골목길을 뛰어나갔으나, 다행히 찻길쪽에서, 다시 우리쪽으로 방향을 돌렸고, 동네에 주차되어있는 트럭아래로 숨었다가, 트럭의 기계장치부분으로 숨어들었다. 트럭밑으로 기어들어가, 겨우겨우 앙팡이를 구출해낼수 있었다. 나와 와이프가 무릎과 팔 여기저기에 찰과상을 입은 대가로( 와이프도 놀라서 앙팡이를 받으려고 몸을 던졌다) 앙팡이는 큰 화를 면할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우리가 몇 초만 더 늦게 돌아왔다면, 혹 몇초 빨리와서, 이미 건물내부의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면... 참 아찔하다.

정말 멍한 하루다. 다사다난. 하루사이에 참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머리는 어질어질하다. 그러나, 한가지의 유의미한 결과물. 내곁의 소중한 존재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케한 시간들이었다.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 소중한 존재들을 아끼고 사랑해야겠다. 더더욱.

그러나, 지금 몸과 마음은 피곤하고, 멍하다.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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