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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훈쓰 Story/ 일.상.다.반.사.

서른즈음에.

김광석 형님의 서른즈음에를, 귀가 아닌 몸으로, 마음으로 들었던 그날을 기억한다. 때는 아마 2001년이었을 테고, 장소는 아마 홍대정문 옆길로 골목길을 따라가면 지하에 자리잡고 있던, 조그마한 간판을 단 '16미리'라는 이름을 가진 호프집이었을게다. 신청곡을 종이에 써서내면, 틀어주던 그곳. 왕년에 음악을 하시던, 머리와 수염을 덮수룩히 기른, 머리 희끗희끗한 아저씨가 운영하시던 술집이었지.

만 23살. 너무나도 열정적이었고, 그래서 너무나도 세상에 목말라있었다. 내 옆에는 나의 벗, '박진수' 라는 형이 있었고, 그시절, 술한잔, 살짝 오른 취기에 세상을 움직일듯한, 치기어린 어린마음들이 꿈틀대고 있었다. 소주한잔, 담배 한개피만 있으면, 세상을 바꾸어낼 꿈을 이야기 할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차가운 생맥주한잔에, 잔잔히 그리고 강렬히 흘러나오는 음악과 함께라면? 완전이 땡큐 베리머치! 였던 그때, 나는 늘 들어왔던 서른즈음에라는 노래를... 귀가 아닌, 몸과 마음으로 듣게 되었었다.

여전히 나는 20대 중반을 지나지 않은 나이였기에, 뭔가 거리가 있는 이야기 였지만, 광석이 형님 특유의 호소력 깊은 목소리는, 나를 그노래에 몰입시켰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이제 '서른즈음에'라고 우기고 싶은, 한국 나이로 서른(만으로 29살)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듣는 광석이형의 노래. 감회가 남다르다. 요즘 듣고 있는 앨범은, 소극장 공연앨범이다. '인생이야기'앨범. 중간중간, 광석이형의 멘트들이 참 맛깔난다.

누구나 어떤 나이가 되면, 그 나이에, 어떤 상황이고 싶고, 그 나이가 되면, 날 뭘 하고 싶고, 그런 바램들이 있을것 같습니다. 다들 마찬가지 겠지요. 있긴 있는데, 어떻게 하면 될지도, 잘은 모르지만. 여하튼 되고 싶은 뭐, 그런거. 있습니다.

(중략)

누구나 스스로의 나이에 대한 무게는 스스로 감당해내면서 지냅니다. 10대 때에는 거울처럼 지내지요. 자꾸 비춰보고 흉내내고,  선생님 부모님 또 친구들....

 그러다 20대 때 쯤 되면 뭔가 스스로를 찾기 위해서 좌충우돌 부대끼면서 그러고들 지냅니다.  가능성도 있고, 나름대로 주관적이든 일반적이든 객관적이든, 나름대로 기대도있고.. 그렇게들 지내지요. 자신감은 있어서 일은 막 벌리는데 마무리를 못해서 다치기도 하고 아픔도 간직하게 되고 그럽니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서 유리처럼 지내지요. 자극이 오면 튕겨내 버리든가 스스로 깨어지든가 그러면서 그 아픔 같은 것들이 자꾸 생겨나고, 또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면 더 아프기 싫어서 조금씩 비켜나가지요 피해가고... 일정부분 포기하고 일정부분 인정하고, 그렇게 지내다 보면 나이에 "ㄴ"자가 붙습니다.

 서른이지요. 그 때쯤 되면 스스로의 한계도 인정해야 되고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도 뭐 그렇게 재미있거나 신기하거나 그렇지도 못합니다. 얼마전에 후배 하나를 만났는데 올해 갓 서른이에요.

'형!'  /   '왜?'
'답답해'  /   '뭐가?'  /   '재미없어'
'아 글쎄, 뭐가?'  /  '답답해'  /  '너만할때 다 그래~'  

그 친구 키가 180 이에요.

'형이 언제 나만해 봤어 ?'   /  '그래 나 64다. 숏다리에 휜다리다 왜 ?'  

뭐 그런 답답함이나 재미없음이나 그런것들이 그 즈음에, 그 나이즈음에 저뿐만이 아니라  또, 그 후배뿐만이 아니라, 다들,  친구들도 그렇고,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더군요.

    - 김광석씨가 공연 때, 남긴 말 중에서..



내가 살아가는 시간들, 내가 살아온 시간들. 그것을 이렇게 곱씹어 볼수 있다니, 그 맛은, '쌉쌀달콤하다.'
요즘 기타에 버닝하고 있는데, 내 손가락을 불태워, 광석이형의 노래들을 꼭 연주하리라. 그리고, 서른즈음에를 내손으로, 내목소리로 불러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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